컬렉터는 작품이 아니라 미래의 미술사를 수집하는 사람들
2017년, 일본의 기업가이자 컬렉터 마에자와 유사쿠(Yusaku Maezawa)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장 미셸 바스키아의 〈Untitled〉(1982)를 약 1억 1,050만 달러에 구입했다.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그림 한 점에 어떻게 그런 돈을 쓸 수 있을까?”
하지만 예술시장 안에서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었다.
“그는 과연 그림을 산 것일까?”
캔버스와 물감의 재료비를 생각하면 이 가격은 설명되지 않는다.
컬렉터가 구매하는 것은 물질이 아니라 작품을 둘러싼 시간, 역사, 신뢰, 그리고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다.
그래서 컬렉팅은 소비가 아니라 선택에 가깝다.
좋은 컬렉터는 작품보다 작가를 본다
신진 작가의 작품을 구입한다는 것은 현재의 결과보다 미래를 믿는 일이다.
작품 한 점은 그 시점의 결과물이지만, 작가는 앞으로도 계속 작업을 이어간다.
경험 많은 컬렉터들은 묻는다.
이 작가는 자신의 언어를 가지고 있는가?
10년 뒤에도 지금의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가?
미술사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는가?
그래서 컬렉팅은 ‘좋은 그림 찾기’가 아니라 좋은 작가를 발견하는 과정이다.
작품에는 보이지 않는 이력이 존재한다
예술시장에는 프로비넌스(Provenance)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작품이 누구의 손을 거쳐 현재의 소장자에게 왔는지를 기록한 이력을 말한다.
이 정보는 단순한 소유 기록이 아니다.
그 작품이 어떤 역사 속을 지나왔는지 보여주는 문화적 증명서다.
실제로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도 세계적인 컬렉터나 미술관이 소장했던 이력이 있는 작품은 시장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
컬렉터는 작품만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의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더하는 사람이다.
위대한 컬렉션은 시장을 움직인다
2018년, 록펠러 컬렉션(Rockefeller Collection) 경매는 약 8억 3천만 달러의 낙찰 총액을 기록하며 미술시장 역사에 남았다.
많은 작품이 높은 가격에 거래된 이유는 단순히 작가가 유명해서만이 아니었다.
그 작품들이 록펠러 가문이 소장했던 컬렉션이라는 사실 자체가 시장의 신뢰를 높였다.
이처럼 컬렉션은 작품의 가격뿐 아니라 의미까지 바꾼다.
좋은 컬렉터는 시장을 따라가는 사람이 아니라, 시장이 참고하는 기준이 된다.
컬렉터는 왜 모든 작품을 팔지 않을까
주식은 가격이 오르면 매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많은 컬렉터는 그렇지 않다.
그들은 작품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한 작가의 작업이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전시를 찾아가며, 새로운 작품을 꾸준히 수집한다.
이런 관계는 단순한 투자로 설명하기 어렵다.
컬렉터는 가격이 아니라 작가의 성장 과정을 함께 소장한다.
그래서 좋은 컬렉션은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수십 년 동안 축적된 선택이 하나의 컬렉션을 만든다.
컬렉팅은 취향이 아니라 책임이다
세계적인 미술관의 많은 소장품은 개인 컬렉터의 기증으로 시작되었다.
컬렉터가 작품을 보존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우리가 만날 수 없는 작품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컬렉터는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다.
그들은 한 시대의 예술을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연결자이기도 하다.
좋은 컬렉터는 작품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
미래의 미술사는 컬렉터의 선택 위에 세워진다
모든 위대한 작가에게는 그들을 믿어준 첫 번째 컬렉터가 있었다.
시장에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능성을 발견하고, 작품을 구입하며, 전시를 후원하고, 주변에 소개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선택은 작가에게 작업을 계속할 시간을 주었고, 결국 한 명의 예술가를 미술사 속으로 이끌었다.
컬렉터는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미래가 될 가능성을 믿는 사람이다.
마치며
예술시장에서는 흔히 “컬렉터는 작품을 산다”고 말한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들은 작품보다 더 큰 것을 선택하고 있다.
작가의 시간.
작품의 역사.
문화적 맥락.
그리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미래.
그래서 위대한 컬렉션은 단순히 비싼 작품을 모아놓은 공간이 아니다.
한 시대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결국 컬렉터는 그림을 수집하는 사람이 아니라,
미래의 미술사를 함께 써 내려가는 사람인 것이다.
“컬렉터는 작품을 소유하는 사람이 아니라, 시간이 증명할 가치를 먼저 믿는 사람이다.”
참고 자료
- Don Thompson, The $12 Million Stuffed Shark
- Raymonde Moulin, The International Art Market
- Art Basel & UBS, The Art Market Report
- Sotheby’s Auction Archive
- Christie’s – The Collection of Peggy and David Rockefel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