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에서 비싼 그림일수록 더 가치있어 보이는 이유

베블런 효과와 미술시장의 심리학

2017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Salvator Mundi〉**는 약 4억 5,030만 달러에 낙찰되며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낙찰 직후 언론은 작품의 예술성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이라는 수식어를 앞세웠다. 놀라운 점은 그 이후였다. 이전까지 다빈치 작품에 큰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 이 작품을 “인류 최고의 그림”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정말 작품이 갑자기 더 위대해진 것일까?

아니면 가격이 우리의 판단을 바꾼 것일까?

이 질문은 행동경제학과 예술시장이 만나는 지점이다.

미술시장에서 가격은 정보가 아니라 신호다

우리는 가격을 단순히 비용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에서는 가격을 신호(Signaling)로 본다.

품질을 즉시 판단하기 어려운 상품일수록 사람들은 가격을 기준으로 품질을 추론한다.

예술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작품을 보고 그것이 미술사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 판단하기 어렵다. 따라서 “100억 원에 거래된 작품”이라는 정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이 작품은 중요한 작품일 것이다’라는 심리적 신호로 작용한다.

가격은 작품을 설명하는 정보가 아니라, 작품을 해석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다.

베블런 효과는 미술시장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난다

미국의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Thorstein Veblen)은 『유한계급론(The Theory of the Leisure Class)』에서 흥미로운 현상을 설명했다.

일반적인 상품은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감소한다.

하지만 일부 상품은 오히려 가격이 높을수록 더 많은 관심을 받는다.

이 현상을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라고 한다.

명품 시계, 럭셔리 자동차, 희귀 와인, 그리고 예술 작품은 대표적인 베블런재(Veblen Goods)다.

이들의 가치는 기능이 아니라 희소성, 상징성, 사회적 인식에서 비롯된다.

예술 역시 가격이 높아질수록 “더 가치 있는 작품”으로 인식되는 경향을 보인다.

우리는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평판’을 본다

한 가지 흥미로운 연구가 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동일한 와인을 제공한 뒤, 한 그룹에는 “10달러짜리 와인”, 다른 그룹에는 “90달러짜리 와인”이라고 설명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대부분의 참가자는 같은 와인임에도 더 비싼 와인이 맛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비슷한 현상은 예술에서도 반복된다.

작가의 이름과 가격을 공개한 상태에서 작품을 감상한 사람들은, 가격과 작가의 명성이 높을수록 작품의 예술성을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즉 우리는 작품만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둘러싼 정보까지 함께 감상하고 있는 셈이다.

갤러리와 경매는 왜 가격을 쉽게 낮추지 않을까?

예술시장에서 가격은 단순한 판매 전략이 아니다.

가격은 작가의 위치를 보여주는 언어이기도 하다.

만약 유명 작가의 작품 가격이 갑자기 절반으로 떨어진다면 시장은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닐까?’라는 의심부터 하게 된다.

그래서 세계적인 갤러리들은 단기 판매를 위해 가격을 크게 할인하지 않는다.

가격을 유지하는 것은 단순한 수익 전략이 아니라, 작가의 신뢰를 유지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예술시장에서 가격은 시장이 공유하는 평판의 일부다.

높은 가격은 좋은 작품을 의미할까?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비싼 작품은 반드시 좋은 작품일까?

답은 아니다.

가격은 시장의 평가를 반영하지만, 예술적 가치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미술사에는 생전에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사후에 높은 평가를 받은 작가들이 많다. 반대로 한때 높은 가격에 거래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관심에서 멀어진 작가들도 존재한다.

가격은 현재 시장의 언어이고, 예술적 가치는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되는 역사의 언어다.

둘은 서로 영향을 주지만, 결코 같은 의미는 아니다.

예술시장은 심리 위에서 움직인다

예술은 경제와 문화, 그리고 인간의 심리가 동시에 작동하는 시장이다.

작품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순수한 미적 경험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가격, 작가의 명성, 전시 이력, 미술관 소장 여부, 경매 기록 등 수많은 정보가 우리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예술시장을 이해하려면 그림을 보는 눈뿐 아니라 사람의 심리를 읽는 눈도 필요하다.

마치며

우리는 흔히 작품이 비싸기 때문에 가치가 높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예술시장은 종종 그 반대의 질문을 던진다.

‘사람들은 왜 높은 가격을 보고 더 큰 가치를 믿게 되는가?’

예술의 가격은 숫자이지만, 그 숫자가 만들어내는 신뢰와 기대는 인간의 심리를 움직인다.

그리고 그 심리가 다시 가격을 높이는 순환을 만든다.

예술시장은 결국 작품만 거래하는 곳이 아니라, 가치에 대한 믿음이 거래되는 시장인 것이다.

“예술시장에서 가격은 작품의 설명이 아니라,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의 일부가 된다.”

참고 자료

  • Thorstein Veblen, The Theory of the Leisure Class (1899)
  • Daniel Kahneman, Thinking, Fast and Slow
  • Don Thompson, The $12 Million Stuffed Shark
  • Christie’s Auction Records
  • Art Basel & UBS Art Market Report

댓글 남기기